비정규직보호법 후속대책 마련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한데 이어 13일 오후 4시 여의도 노동연구원 9층 회의실에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노동부 이상수 장관, 경총 이수영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정규보호법의 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사진제공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

비정규직보호법을 회피하기 위하여 비정규직을 해고한 이랜드 사태로 인해 법 취지가 왜곡되어 '법개정 논란' 에 휩싸일 경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용득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비정규직보호법 제정까지 수많은 논란과 진통이 있었으나 노사정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지난해 비정규직보호법을 만들었고 올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한국노총의 조사결과 법취지를 살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차별 해소에 기여한 좋은 사례도 많았다"며 "남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법 후속대책위원회에서 속도감있게 후속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오늘은 이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못 박았다.

이수영 회장도 "법 제정 취지에 공감했기에 정부 주도가 아닌 노사가 참여해 법을 만들었는데 시행하면서 '의아스러운' 이상한 현상으로 가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사용자도 성급하게 반응했고 노동계도 지나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당장 법개정이 문제가 아니라 다시한번 합의 정신을 재확인하여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좋은 사회와 경제발전에 힘쓰자"고 말했다.

이상수 장관은 "비정규직법은 차별해소와 남용방지가 목적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가 협조해서 조기정착에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같이 노사정 대표들은 비정규직보호법의 안착을 통한 비정규직 보호에 뜻을 같이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주장하고 있는 사용사유 제한에 대해서는 노사정 모두 "현실적이지 않다"며 일축했다.

이상수 장관은 "2년 기한 제한 조차 기업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데 민주노총안 대로 하면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라며 "기업이 수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기자들이 판단해 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수영 회장은 "민주노총안은 예전에도 많이 얘기했지만 전혀 불가능하다"며 "어렵게 만든 법이라 좋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옆에서 자꾸 그러면 아예 기한 제한도 폐지하는 법개정을 추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이용득 위원장은 "한국노총도 기간 제한과 사용사유 제한이 동시에 관철되길 원했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100% 관철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으며, 사실 어떻게 법을 만들더라도 이를 회피하려는 수단은 더 교묘히 발달하게 되어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법개정 논의가 아니라 법의 조기 안착과 후속대책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

한편, 이랜드 사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용득 위원장은 "이랜드는 창사 초기부터 노사분규 악성 사업장으로 사업자의 경영철학과 노무관리 방식이 전근대적"이라며 "이랜드와 같은 사업장은 법이 어떻게 만들어져도 악용하고 남용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2, 제3의 이랜드 사태가 만들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집단 계약해지를 규제하고 이랜드와 같은 기업은 행정지도할 것이며 정규직 전환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수 장관도 "비정규직 보호법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 원칙인데 이랜드는 법의 취지를 벗어나는 사실상 편법을 썼다"며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할 때 온당치 않다. 앞으로 이랜드 그룹과 같은 사태가 가급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이랜드 그룹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