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저임금고용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여성, 고령층, 저학력자, 근속년수가 짧은 노동자 등
저학력, 저숙련 노동자에게서 저임금 고용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주최로 열린 '저임금일소와 실노동시간단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저임금실태 및 정책과제'라는 연구발표를 발표했다.
윤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급속한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저임금 고용이 확산되고 있으며 적어도 전체 임금노동자의 약 3분의 1 정도는 전체 평균임금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2천년대 들어서 저임금 고용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윤교수는 발표에서 "근로빈곤층은 단순히 소득이 낮고 현재 생활이 어렵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빈곤의 지속성으로 인한
함정에 빠져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으며 이는 결국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혼, 질병, 범죄, 알콜 및 약물중독,
청소년 문제 등 각종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저임금 고용문제는 사회적, 경제적 맥락에서
취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임금 노동의 결정요인
저임금 고용의 결정요인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크게 세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인적자본이론으로서
저임금의 원인을 교육, 훈련 등 노동자의 인적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는 이론, 둘째는 저임금 분포는 제도적인것으로 사용자의 전략,
시장의 구조, 노사관계의 특성등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 그 외에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나 노동조합 및 단체교섭의 유무 등 제도적
요인들도 저임금 고용의 결정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세가지 이론 등을 검증하기 위해 윤교수는 노동공급 측면, 노동수요측면,
제도적 측면의 변수들을 순차적으로 실증분석했다. 그 결과 인적자본 변수에 대해서는 예상대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근속년수가 많을
수록, 연령이 높아질 수록 저임금 고용확률은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 근속년수와 연령의 경우는 일정한 년수를 넘어서면 저임금
고용확률이 오히려 높아진다.) 미혼보다는 기혼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임시직 일용직 보다는 상용직이 저임금 고용확률이 낮았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 노동수요 측 변수들을 추가하였을 경우 통계적 유의성이 높아져 전통적인 인적자본이론에서 소홀히 다루었던
노동수요 측 요인, 즉 사용자의 특성이 저임금 고용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결과를 살펴보면 농림어업, 광업,
전기-가스-수도업, 건설업 등에서는 제조업 보다 저임금 고용확률이 낮은 반면, 도소매,음식숙박업, 운수업 등에서는 저임금 고용확률이
제조업보다 높았다. 제도적 요소로서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있는경우 저임금 고용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고용의 소득 이동성
윤교수는 또한 "저임금계층의 경우 저임금으로부터의 탈출이 매우 어려우며, 탈출하더라도 하위
중간층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되고 그 가운데 상당수는 다시 저임금계층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또 소득이동성의 경우 선진국
여러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저임금계층의 약 20%만이 5년 후에도 계속 저임금 계층에 머물러 있었으며,
33.9%가 하위중간임금계층으로 이동하였고 고임금계층으로 14.5%가 이동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기간은 3년으로 다소 다르지만
저임금계층 유지확률이 38.8%로 선진국 평균의 거의 두배에 달한 반면, 하위중간계층으로 18.8% 고임금층으로의 이동확률은
7.1%로 절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저임금 고용 해소를 위한 정책과제
윤진호 교수는 연구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정책과제를 제시했는데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교육훈련의 강화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일과 육아의 양립을 위한 지원
▲EITC 제도의 확대 ▲사회보험 확대 및 사험료 감면 ▲최저임금 현실화 ▲노동조합의 저임금 노동자 조직화 및 대변활동 등을 들었다.
특히 "노동조합 스스로 저임금, 미조직 노동자를 위한 조직화 활동을 강화하고 이들을 위한 대변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동조합 내부에서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노동조합 구조를 기업별 조직으로부터
산업별 조직으로 전환하여야 하며, 총연맹 차원에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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