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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명예롭지 않은 별칭이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기업부 장관’과 ‘노동탄압부 장관’이다.
둘 다 국무위원 직제엔 없는 직함이다. 애칭이 아니라 악칭(惡稱)이란 점도 공통점이다. 호의나 애정은 한 점도 섞여
있지 않다.
덜 알려졌지만 ‘배신부 장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때 노동운동에 몸담았다가 장관이 된 후 반 노동운동적 언행을 하는 것을 비꼰 것이다. ‘자본의 마름’ ‘기업에만
친절한 영희씨’처럼 구절로 된 칭호도 있다.
제각각 다르지만 기업을 옹호하는 장관이란 맥락인 것은 한 가지다.
최근엔 ‘전경련 노무부장’이란 칭호를
또 얻었다.
최저임금 손질 의사를 시사한 발언 때문이다.
기업인 단체의 노무부장이니 이 역시 노동부 장관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억울해 하는 것 같다.
지난 3월 찾은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의 술회를 보면 그런 고뇌가 읽힌다. 당시 그는 “행정이 어렵다.
법과 질서를 얘기하면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의 반발이 심하고, 또 한편에서는 내가 오늘 여기 온 것을 두고 ‘뭐하러
거기 갔느냐’며 질책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노조파업에 노동부 장관이 공권력 투입 운운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자 하소연하듯
한 말이다.
- 李노동의 ‘최저임금’ 발언 충격 -
그 때만 해도 그는 지금처럼 ‘막 나가지는
않았다’는 게 노동계의 평가다.
친기업 기치를 내건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이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노동계를 배려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임 10개월을 넘긴 지금 노동계의 평가는 완전히 바뀌었다.
최저임금에 관한 최근 발언은 왜 그가 노동계로부터 경원받는지를 잘 말해준다. 지난 7일 노동부 국정감사 답변에서 그는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에 어려움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어려움을 준다는 말은 이해가 안 된다.
최저임금은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을 악화되지 않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장치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최저 수준이나마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이라서다. 최저임금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고용은
제대로 된 고용이 아니다.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을 꺼리는 기업은 온전한 기업이랄 수 없다. 존립가치를 따져봐야 할
대상이다.
최저임금이 경제 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라갔다는 말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노동부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이 매년 10%씩 상승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월 물가상승률이 5%를 훌쩍 넘어선 요즘 최저임금 연 인상률 10%는 ‘경제 수준에 비해’ 결코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볼 수 없다. 가파르게 올랐다는 최저임금은 도시 노동자 3인가구 생계비와 비교할 때 0.1%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36.5%밖에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이 장관 발언의 시시비비보다 발언 그 자체에 더 충격을 받은 듯하다. 최저임금마저 경제살리기나 기업 편향적
차원으로 보는 것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최저임금 시급이 4000원으로 인상된 뒤 노동부 홈페이지에는 “고작 300원 올랐네. 김밥 한 줄
1000원짜리가 1500원으로 올랐는데 최저임금은 그 반에 반에 반에 반 정도 올랐구나.
피가 거꾸로 도네”라는 글이 오른 적 있다. 이 장관이 이 글을 봤는지 궁금하다. 만일 보고도 그같이 발언했다면
궁금해할 더 이상의 이유는 없을 터이다. 이전에도 이 장관은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거나 “임금교섭을
2년에서 3년 주기로 하는 외국의 관행에 동의한다”고 말해 노동계를 흔들어왔다. 경제를 살리려면 노동자들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그도
모르지 않을 터다. 계속 노동자들을 들쑤시는 것은 ‘경제살리기’에도 반하는 처사다.
- 기업편향 행보땐 ‘악칭’만 늘 것 -
노동부는 홈페이지에 ‘근로조건의 기준, 직업안정,
실업대책, 고용보험, 산재보험, 근로자 복지후생, 노사안정 등 노동에 관한 전반적 업무를 관장한다’고 노동부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기업의 안정이나 기업인 권익향상은 업무규정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 장관의 기업 편향적 행보는 직무유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에 대한 악칭은 계속 나올 것 같다.
출처 : 경향신문 <조호연 기획·탐사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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