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위기로 국내 경제 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고, 서민 경제도 불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노동계 역시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요, 특히 구조조정 문제가 가시화 되고 노동계 현안인 비정규직, 복소노조, 노조전임자 문제 등으로 노사정 간 갈등이 커지면 파급력이 아주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을 모시고 현 경제 위기 상황과 이와 맞물려 있는 노동계 현안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위원장님.

네 안녕하십니까?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우리 경제 위기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노동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네.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아시는대로 지난 며칠 동안에 주가가 50% 이상 떨어졌고 환율도 폭등했고 실물경제에 파급이 미치면 아마 10년 전 IMF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치지 않을까 하는 참으로 염려스런 측면이 많습니다.

정부가 신속하게 연일 대책은 발표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와 금융권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요약해 볼 수 있는 정부의 위기대응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다른 나라 정부와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도 일단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 금융시장과 국민을 얼마나 안심시키는 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공기업 민영화나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제고해야 할 때가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10년전에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감내했는데, 그 결과는 비정규직 양산과 빈부격자 심화, 말하자면 사회양극화였습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나 국민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해야겠지만, 노동자와 서민에게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고 고통을 전담시키는 일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지금 성장 중심으로 가고 있거든요,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필연적으로 서민 노동자들은 그 희생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죠.

성장 정책을 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죠?

구체적으로 보면 예를 들어서 정부가 경제 성장을 해야 만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보고 있는데,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사회전반에 특히 서민 노동자 층에 대해 물가나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측면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서 한걸음 더디게 가더라도 분배나 이런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성장위주보다 분배 정책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힘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길 마련이다. 그런 말씀이군요. 노동계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큰 축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계의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한국노총은 약 100만 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노동조직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경제가 이만큼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경제살리기를 위해서 정부나 기업주들에게 협력도 아끼지 않은 측면이 있었고, 앞으로도 우리 노총은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살리기에는 적극 협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최근 청와대 쪽과 정책 간담회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고 갔습니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자들 중심의 감세 정책과 무분별한 규제완화의 문제점에 관해 지적했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서민경제,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선진화 문제점과 개선방안 그리고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에 대해서 노사관계의 올바른 해결 방향에 대해서 얘기했고, 경제살리기나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 필요성, 또 비정규직 문제,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문제, 원하청 불공정 해소 방안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민감한 사항이라면 복수노조, 노조 전임자 문제가 아닐까 생각되는 데요, 지금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요청을 했을 때 청와대 쪽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2010년 1월 1일 부로 시행되도록 되어 있는 것인데, 노조 전임자 임금하고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문제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아주 민감한 사항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노사정에서 논의하기 전에 전임자 임금 금지와 복수노조, 또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를 강제하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노동계와 경색국면으로 갔는데, 지난주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관계선진화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이제 대화를 시작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문제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전임자 임금은 그동안 노사가 자율적인 협상에 의해서 지급 여부를 결정해 왔던 부분입니다. 이를 법으로 금지한다면 기업별 노조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중소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조합들은 존립을 할수 없게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고 강제하면 복수노조라는, 결사의 자유라는 의미는 퇴색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복수노조 난립에 따른 노사관계의 대혼란이 우려될 소지가 있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법의 개입을 배제하고 노사자율로 해결하자는 것이 ILO의 입장이고 노총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법에서 강제적으로 규율하는 곳은 전세계 어느 한 군데도 없고, 전임자 임금 지급이나 복수노조 시 교섭 방안에 대해서도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줄기찬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노사정이 만약에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한다면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일 정부가 일방적 입법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노동부 장관은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겠다는 입장을 여러번 얘기했습니다. 노사정간의 논의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했지만, 이 문제가 13년 동안이나 유예됐을 정도로 우리나라 노사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측면도 사실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일방적으로 입법 강행을 말한다는 것은 정말 무책임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노사정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때 정부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입법을 강행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생존권 차원에서 저희들은 강력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에 필요한 것이 민주노총과의 연대일텐데요, 위원장님께서는 민주노총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민주노총에서는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끊지 않는 한 연대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 노총 간의 해묵은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한국노총이 지난 대선에서 정책연대를 한 것은 조합원들의 총투표에 의한 결정이었습니다. 전체 노동자 서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10개 정책 요구를 관철해 내기 위해서 정책연대를 했던 것입니다. 저희들의 입장에서는 민주노총도 조직의 입장이 있겠지만, 흑백 논리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같이 노동자끼리 협력하고 연대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말씀해 주셨지만 우리사회의 큰 문제입니다. 노동부 장관이 비정규직이 나쁜 일자리다 라는 표현은 잘못됐다는 발언을 했고,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중립적 입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노동부 장관으로써 부적절한 언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작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국감 자료에도 보면, 노동부가 비정규직법 시행 적용대상 118개 사업장을 조사했는데 72%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부가 주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 방향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고 비정규직의 남용을 무제한으로 방치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인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게 모든 일자리, 사업장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잖습니까?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가야 할까요?

인식의 전환의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현안 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사용자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정부분 나서야 합니다.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비정규직을 가능한 정규직으로 돌리고 임금이나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없애는 방향 쪽으로 법이 만들어진다면 저는 이것이 해결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비정규직들이 상시적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정규직에 비해서 임금이나 복지혜택이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노동자들이 어떻게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겠습니까?

경제살리기가 지금 최대의 과제인데, 노동자들을 희망도 없는 비정규직에 묶어 두어서는 절대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정부의 인식전환과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