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조직본부 장진수 국장(전 부천지역지부 의장)이 4일 오전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장진수 국장은 3일 밤 11시까지 ‘2007 한국노총 정책연대 조합원 총투표’를 위한 비상근무를 마치고 나서 임시숙소로 돌아간 뒤 갑자기 쓰러져 밤 11시30분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후송됐지만, 4일 오전 8시30분 끝내 숨을 거두셨습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과 중소영세기업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장진수 동지의 명복을 빌며 한국노총장으로 장례를 치루기로 했습니다.

장례위원장은 이용득 위원장, 집행위원장은 김성태 조직담당 부위원장, 호상은 고인이 몸담았던 한국노총 부천지역지역 김준영 의장이 맡기로 했습니다.

한국노총은 정책연대 조합원 총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장례절차와 유가족 위로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故 장진수 국장은 향년 48세, 유족은 박남순 여사(47)와 기훈(25, 육군 중사)·정훈(22, 군복무중) 두 아들이 있습니다.

○ 문의 :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지하2층 21, 22호실 (02-3779-2195)

한국노동조합총연맹 02-6277-0135

※ 별첨 :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했던 장진수 동지’

‘故 장진수 동지가 살아온 길’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했던 장진수 동지】

故 장진수 동지는 불의와 억압에 맞서 당당히 싸우면서도 항상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한국노총의 가장 소중한 실천가였습니다.

장진수 동지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노동운동에 본격 뛰어들었습니다.

장진수 국장은 1983년 부천에 있는 (주)경원세기에 입사했습니다. 경원세기는 1,500명 규모의 회사로서 경기도 부천에서는 규모있는 중소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원세기 노동자들은 한달에 130시간 이상 초과노동을 하는 등 극도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생전 장진수 국장은 올해 7월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이끈 주역들'이라는 제목의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현장관리자가 공장을 순회하다가 직원이 껌을 씹고 있으면 주먹으로 입을 가격하고 머리카락이 긴 사람은 가위를 가지고 강제로 잘라내기도 했다"고 술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노동조합은 노조원들이 회사의 일방적인 노무관리에 희생당하고 있는 것을 나몰라라 하면서 사실상 회사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의 폭압적인 노무관리와 어용노조의 행태에 분노한 장진수 국장은 13명의 동지들과 함께 '노조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됩니다.

장진수 국장은 인터뷰를 통해 "노조의 어용적 행태에 분노한 사람들은 '해도 너무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87년 5월경부터 모임을 만들어 노조민주화를 모색했다"고 밝혔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1987년 8월 11일 오전 9시, 전 공장을 순회하며 투쟁에 들어갔고 "어용노조 몰아내고 민주노조 건설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800명의 노조원과 정문앞에서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투쟁의 공식명칭을 '조합원 총회'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장진수 국장은 "조합원의 총의와 단결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질서하게 농성을 벌이는 것보다 공식적인 총회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이후 비대위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노조원 압도적인 다수의 결의로 어용 집행부를 몰아내고 민주노조를 건설했으며 장진수 국장은 민주노조의 첫번째 위원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새롭게 결성된 민주노조는 회사측의 탄압에 맞서 과천 노동부 항의방문, 서울역앞 도로 점거농성, 경인고속도로 점거농성 등 28일간의 장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그해 9월 7일 회사는 노조의 요구사항을 거의 모두 수용했습니다.

장진수 국장은 ‘투쟁을 위한 투쟁’만 고집했던 노동운동가는 아니었습니다.

장진수 국장은 1987년 투쟁 이후 경원세기 노조를 10년간 이끌어 왔고 이 기간 중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의장에 당선돼 부천 노동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IMF라는 국가적 위기는 회사를 경영난에 빠트렸고 당시 회사는 분식회계와 공적자금 유용 등으로 금감위에 적발돼 존폐위기에 놓여 졌습니다.

장진수 국장은 노조 간부회의를 통해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사화합과 무파업 선언을 했습니다.

누구보다 민주주의와 노조의 자주성을 중시했지만 회사가 문을 닫게될지도 모를 상황 속에서 노조도 책임감을 갖고 결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장진수 국장과 노조의 선택에 대해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장진수 국장을 비롯한 노조간부들을 제명했습니다.

장진수 국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며 "우리보다 더 어용노릇을 하는 노조에 대해서는 징계를 못하고 힘없는 우리만 징계하는 것이 서글펐다"고 마음아파했습니다.

이후 장진수 국장은 젊은 시절을 불태웠던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지난 2004년 한국노총 조직국장으로 새롭게 노동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장진수 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조설립과 각종 권익 옹호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나는 이들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국의 비정규직, 영세노동자들이 도움을 요청할때마다 한번도 마다하지 않고 발로 뛰며 현장을 지켰던 장진수 국장.

진정한 노동운동가 장진수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故 장진수 동지가 살아온 길】

1959년 강원 삼척 출생

1983년 경원세기 입사(부천공장)

1985년 경원세기노동조합 운영위원 당선

1987년 경원세기노동조합 위원장 당선(노조민주화투쟁)

1989년 한국노총 금속노련 중앙집행위원

1992년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 활동

1993년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의장 당선

1993년 부천시 노사공익협의회 창립

1995년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의장 당선(조합원 직접선거)

1997년 경원세기 현장 복귀

1997년 경원세기노동조합 위원장 당선

1999년 (주)센추리(법인변경) 현장 원직복직

2001년 (주)센추리 노조 위원장 당선

2001년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회계감사

2004년 한국노총 조직국장(비정규직 조직화 사업 담당)

2007년 한국노총 정책연대 조합원 총투표 비상근무 중 순직

2007년 12월 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